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 10월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퇴사의 명분은 직종 변경을 위해서였지만, 사실 회사 생활이 지옥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매일 상사와 동료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것 같다.
"너는 손이 너무 느려! 나때는 다 했어! 그걸 왜 못해?"
"과장이 너 나가자 마자 네 욕하더라? 내가 생각하기엔 너 잘하는데 과장은 너한테 왜 그럴까? 왜 너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까? 힘들지? 힘들겠다."
괴롭힘 수준의 업무량과 동료의 이간질을 덤덤해지려 애썼다. 모든 것이 나의 부족함이고 노력하면 바뀔 것이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기본적인 업무까지 터치하려 했을 때 '아 내 노력으론 바뀌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그 주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은 과장에게 퇴사 의사를 전달했다.
기다렸다는 듯 알겠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 나는 지난 모욕의 순간을 버텨야 했던 과거에 나를 떠올렸다.
모든게 나의 잘못이고, 노력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버텨온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퇴사 후 재취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원하는 직무는 뚜렸했지만, 그만큼 마음에 드는 직무를 찾기 어려웠다.
물론 지원도 했지만 번번이 떨어지며, 나는 내가 가진 돈과 버틸 수 있는 기간을 계산했다.
이상하리만큼 모든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최종 면접을 준비하면서 '떨어지고 후회하겠지' 생각했을 뿐 몸과 머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평범한 학창시절과 평범한 수준의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하게 취업을 준비해서 평범한 직장에 들어갔다. 내가 겨우 겨우 노력해서 얻은 우리나라의 평균이었다.
그런데 평균이 왜 이렇게 힘들까? 왜 매일 아침 힘겨운 몸을 이끌고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일하며 방광염을 앓다가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작은 원룸에 들어와 건강하지 않은 저녁을 해치우고 스마트폰을 보다 내일을 위해 잠드는 그런 재미없는 나의 인생이 대한민국의 평균이라니.
이 재미없고 지루한 나의 삶이 더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어지는 벌 같은 걸까? 너는 학창시절 죽어라 공부하지 않아 평범한 대학에 들어갔고, 학교를 다니며 죽어라 스펙을 쌓지 않아 평범한 직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죽어라 일만해도 작은 원룸방에서 잠만 청하는 삻을 살아야 한다는 건가?
그렇게 죽어라 일했지만, 결국 또 죽어라 노력해서 재취업을 해야 하는 나의 삶.
노력하기 싫다면 대한민국에선 그냥 죽어야 하는 걸까? 죽어라 노력하고 싶지 않다면? 할 수 있는 만큼만 노력하고 싶다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힘들고 싶다면? 이 나라에서 추방 당해야 하는 건가?
가끔은 전국민과 적당히 살자고 약속하고 싶다. 적당한 삶의 무게만 지며 살아가고 싶다.
2021년 4월 20일 취업이 안되는 대한민국의 청년이 서울 자취방에서 쓴 한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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